장과 뇌는 생각보다 훨씬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최근까지도 단순한 소화기관으로 여겨졌던 장이 감정과 인지 기능, 면역 반응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내에는 1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존재하며 이는 척수에 존재하는 신경세포보다 많을 뿐 아니라 뇌와 직접적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신경망으로 구성되어 있어 ‘제2의 뇌’라 불리운다.
장 내에 서식하는 미생물군, 즉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에서 세로토닌, 도파민, GABA와 같은 주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며, 이로 인해 우리가 느끼는 기분, 감정 반응,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 등 다양한 심리적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장내 유익균의 비율이 높은 사람은 스트레스에 잘 견디고 우울감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으며, 반대로 장내 유해균이 우세하거나 미생물 다양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불안장애나 우울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이는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니라 장내 세균이 생성하는 대사물질이 뇌로 이동해 염증을 유발하거나 뇌 신경 회로를 교란시키기 때문이며 최근 자폐 스펙트럼, ADHD, 알츠하이머 치매 등도 장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문제는 현대인의 식습관이 장내 환경을 급속도로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가공식품, 당분, 포화지방, 항생제 남용, 과도한 스트레스 등은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떨어뜨리고 유익균을 죽이며 염증을 유발하는 유해균이 증식하도록 만든다. 이로 인해 장 점막이 손상되고 장내 독소가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며 뇌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장과 뇌의 건강을 동시에 개선하려면 식이섬유와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식습관이 중요하며, 김치, 요구르트, 된장 등 발효식품과 채소류, 통곡물 등을 중심으로 한 식단이 도움이 된다. 또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도 장내 환경을 안정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우리는 흔히 ‘직감’, ‘배에서부터 불안하다’는 표현을 쓰지만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장이 감정의 중심이 되는 생리적 반응을 설명하는 증거이며, 결국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어떤 환경에 놓이는지가 곧 우리의 기분과 사고방식을 결정짓는 셈이다
